[어쩌다 노조] 미소유니온 김소희 조합원 인터뷰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미소유니온* 조합원 25살 김소희입니다.

* 미소유니온은 민주노총전북본부를 상급단체로 한 지역노조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주 가입대상으로 삼고 있다.

Q. 회사에서는 무슨 업무를 하셨나요?
A.아이*터라는 가구 브라켓을 판매하는 회사에 웹디자인으로 들어갔는데, 중간에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MD업무도 같이 했어요. 상품 관리 및 홍보 쪽으로도 같이 일을 한 거예요. 

미소유니온 김소희 조합원
미소유니온 김소희 조합원

Q. 노동조합을 어떤 방법으로 접하게 됐나요?
A.처음에 직장 내에서 부당징계를 받아서 노동청에 신고하기 전에 유튜브에 ‘직장내 괴롭힘’을 검색해봤어요. 그 때 한 유튜버를 통해 ‘직장갑질 119’라는 오픈채팅방을 알게 됐거든요.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는데, 마침 완주노동상담소 황희숙 소장님이 계셔서 연결이 됐어요.
회사가 민사고소 하겠다고 협박을 해서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긴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증거도 많이 모으는 중이었고, 노무사분도 찾아보고 있었거든요.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던 상황이라 고민 없이 바로 완주노동상담소로 찾아갔죠. 거기에서 미소유니온을 소개받았어요.

Q. 어떤 문제로 상담을 받았던 거예요?
A. 제가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태만이라고 징계를 받았어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야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게 가장 컸어요. 예를 들면, 갑자기 조립설명서를 던지고 ‘이번 주 안에 끝내라’고 지시를 하는데 하나하나 제가 다 그려야하는 업무였거든요. 시간 외 수당도 주지 않겠다고 하는데 야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하라 했는데 왜 못 끝냈냐.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라며 핀잔을 주더라고요.
직원들한테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해요. 저희는 대부분이 신입인데, 신입한테 프로마인드를 말하면서 야근도 강요하고, ‘신입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라면서 열정페이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제가 퇴사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하더라고요.
징계 이후에 두 달 동안 저한테 굉장히 불편한 티를 많이 냈어요. 인사도 제대로 받아준 적도 없고, 동료들한테 제 뒷담화도 했더라고요. 가스라이팅을 많이 당해서 멘탈이 다쳤던 것 같아요. 회사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자주 들은 소리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낮아진거냐’ 였거든요.

Q. 회사에서 경험했던 다른 부당한 일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입사하니 점심시간 외에도 오후 2시부터 30분 간 휴게시간이 있고 퇴근시간은 6시 30분이었어요. 그리고 휴게시간 외에 화장실을 다녀오면 ‘화장실을 왜 이렇게 많이 왔다 갔다 하냐. 휴게시간 있지 않냐’는 거예요. 그래서 30분의 휴게시간을 10분씩 나눠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이 쉬는 시간도 제대로 주어진 게 아니라 그 휴게시간에 맞춰서 회의를 잡거나, 면담을 잡거나, 1시 50분에 급하게 일을 넘겨주거나 하는 고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했죠. 그래서 나중에는 방금과 같은 상황이 생기면 일부러 휴게시간을 언급하고 그랬는데, ‘대표가 말하는데 휴게시간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제가 퇴사를 한 지금은 중간 쉬는 시간을 없앴더라고요. 6시 30분 퇴근에서 6시 퇴근으로 바뀌었어요.

5인 이상 사업장의 혜택을 찾아보다가 연차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Q.작은 사업장이라 겪은 차별도 있지 않았어요?
A. 이 회사가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5인 미만이었는데,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다 보니 왔다 갔다 했어요. 5인 이상 사업장의 혜택을 찾아보다가 연차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가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다니던 회사는 5인 이상이 되어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일 때도 대리이상만 연차를 사용하도록 했어요. 저희들에게는 일주일의 기간을 주고 그 기간 안에 못쓰면 또 미뤄지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반차만 사용하다가 작년 말부터 포상휴가라는 이름으로 하루씩 나갔어요. 그런데 그 포상휴가도 한 달 안에 업무를 제대로 완수 못하면 포상휴가가 없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업무를 더 타이트하게 잡고 포상휴가를 받기 위해 야근도 많이 했었어요. 웃긴 건 그렇게 해서 업무를 다 마무리해도 대표가 맘에 안 들면 ‘일을 이렇게 해놓고 포상휴가를 원해?’라며 화를 내고 그랬어요.
사람이 좀 쉬어야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주말에도 연락하는 주제에 연차까지 못쓰게 하는 게 굉장히 슬펐습니다.

Q. 아이*터로 입사했지만 다른 업체 일도 했었다고 들었어요.
A.처음 입사할 때 아이*터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코*라 일을 할 거라고 말했어요. 코*라는 조명부품을 팔거나 조명 DIY키트를 파는 회사인데 아이*터와 자매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터가 지금 신생회사다 보니까 성장을 하면 옮겨주겠다고 말했었고,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제가 회사를 같이 성장시키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입사한 거예요. 그런데 계속 코*라 일만 하다가 반 년 넘어서 처음으로 아이*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직장동료 중에는 코*라 일을 병행할 것을 모르고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요, 지금 퇴사하신 분 중에는 반대로 코*라에 있다가 지원사업 때문에 아이*터로 옮긴 분도 있었어요.

Q. 지원사업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두 기업 모두 지원사업을 받고 있는데 코*라는 ‘청년전북 뉴웨이브*’라는 사업의 지원을 받고, 아이*터는 ‘디지털 일자리 지원 사업’ 외에도 2-3개 정도 지원을 받고 있어요. 뉴웨이브는 전북경제통상진흥원에서 월급을 지원해주는 사업인데, 야근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퇴근시간을 허위로 작성하게끔 지시가 내려온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코*라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진흥원에서 점검 나오면 아이*터 소속이라 구석에서 숨어서 업무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진흥원에 신고를 했는데 딱히 제재도 없었어요.

*'청년전북 뉴웨이브' 사업은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에서 ‘도내 중소기업 사업장 ...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기업에게 노동자 1명 당 연간 2,40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했다.

함께 계시던 미소유니온 조합원들이 제 앞에 나서서 막아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저를 보호해주는 느낌에 더 힘나서 계속 할 수 있었어요.

Q. 전에 노동조합에 대해 들어보거나, 홍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A.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어요. 홍보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요. 그래서 처음에 노동상담소에서 노동조합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잘 와 닿지 않았어요. 가끔가다 전주에서도 집회했을 때 빨간 머리띠에 조끼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그 때 봤던 사람들이 있는 곳이겠구나. 정도로 생각했죠.

Q.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했을 때 주변반응은 어땠어요?
A. 처음에 걱정하실까봐 가족한테는 알리지 않았어요. 일이 마무리 될 무렵에 말씀을 드렸는데, 엄마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회사랑 대립하면 큰일이 나지 않을까 하신 거죠. 어른들은 걱정을 많이 해주셨고, 친구들은 오히려 끝까지 싸우라며 응원해줬어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들은 다들 머릿속에 똑같은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빨간 머리띠에 빨간 조끼입고 피켓시위하고 있는 모습 있잖아요. 저한테도 똑같은 모습으로 피케팅하고 있냐고 묻더라고요(웃음).

*미소유니온은 회사와의 면담에서 부당징계 철회 및 직장 괴롭힘 중단, 임금 체불 시정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후에 회사는 체불임금의 일부와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고, 노동조합은 회사의 주장을 수용하고 합의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돌연 합의를 거부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5월 31일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회사 앞 피케팅을 진행했다.

Q. 문제 해결이 안 되면서 회사 앞에서 1주일 간 피켓을 들었잖아요. 처음 시위해 본 소감은 어땠어요?
A. 남들 앞에서 서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머쓱했어요. 첫날에 대표가 영상 찍으면서 불법시위다 하면서 큰소리치면서 나왔을 때 무서웠는데, 함께 계시던 미소유니온 조합원들이 제 앞에 나서서 막아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저를 보호해주는 느낌에 더 힘나서 계속 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 대표 얼굴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받아서 공황장애도 조금 왔었거든요. 대표랑 마주치고 업무 들어가면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완주노동상담소 소장님이 와서 함께 서 있어주시고 최대한 대표랑 저를 마주치게 않게 해주셔서 시위하는 동안 일하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회사가 합의를 번복하면서 미소유니온은 회사 앞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Q. 회사와 혼자서 대응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어땠어요?
A.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부터는 편했어요. 야근을 거부한 이후로 인사를 해도 제대로 받아준 적이 없었는데 노동조합 가입한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인사를 받아봤어요. 노동조합을 만나기 이전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대표가 저를 곁눈질로 바라보고 압박을 해왔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래서 더 철면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Q. 노동조합으로부터 가장 의지가 된 부분이 무엇인가요?
A. 회사 안에서 혼자 대응할 때 ‘내가 잘못 대응하고 있나?’ 계속 의심하며 제 행동에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동조합에서 불안해하지 말라며 제가 한 행동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해줬거든요. 그래서 더 싸우기가 편했어요. “내가 잘못 대응한 게 아니었어, 역시 내가 맞았어!”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되게 작은 단검이었는데 장검으로 변한 느낌이었죠(웃음).

Q.노동조합을 경험하고 알고 난 이후에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가 있을까요?
A. 노동조합 하면 다수여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데 개인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이걸 아무도 모르니까 굉장히 안타깝고요. 제 주변만 봐도, 서울에서 근무 중인 친구가 있는데 젊은 꼰대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당함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이 아무래도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다 보니까 좀 편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노동조합에서 이런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마디 부탁드려요
A.홍보가 더 잘 돼서 궁지에 몰리는 노동자들이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30세대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2030의 조합원들이 홍보에 함께 참여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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